“아...”
처음-上
지민이 강의실 책상에 머리를 기댄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저보다 먼저 강의실에 들어와 앉아있는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라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미 밤새 그래왔듯이. 책상에 가볍게 이마를 콩 박은 지민의 옆에 길고 흰 손에 커피를 내려 놓았다. 지민은 고개를 살짝 들어 손과 커피의 주인을 확인했다. 제 옆자리에 가방을 대충 던지고 앉은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민윤기였다. 지민이 몸을 반쯤 일으켜 빨대를 입에 물었다. 살짝 고개를 돌려 지민을 확인한 윤기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좀 기다려 달라니까 그새 혼자 가버리냐.”
“응...”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신 지민이 영혼 없이 대답하자 윤기가 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뒤로 이어진 대화에도 지민의 대답은 일관되게 응... 뿐이었다. 지각도 아닌데 뭘 그렇게 서두르냐. 응... 잠 못 잤어? 상태가 영 이상하네. 응... 과제는 다 했어? 못하겠다더니 응... 평소에 대화를 이끌면 이끌었지, 이렇게 맥없는 지민은 확실히 이상했기에 윤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뭐... 연애하냐?”
“응...”
“뭐?!”
“응?”
윤기의 큰 목소리에 강의실 내 모든 사람의 이목이 둘에게 집중되었다. 어째선지 사색인 된 윤기를 보고 이번엔 지민이 갸웃할 차례였다. 너 왜 그래? 지민의 태연한 물음에 윤기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됐어. 고개와 손을 내저으며 대충 얼버무리던 윤기는 문득 무언가 생 각난 듯 지민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생신이라 뵙고 온다더니, 별일 없었지?”
커피를 마시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민이 윤기의 물음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어째선 지 한참 우울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 그래서 정신이 빠져 있었네. 별일 없었다는 건 보나 마나 거짓말이다. 5년 넘게 제일 가까이서 봐왔는데 고작 그 정도도 구분 못 할까. 지 민의 할아버지는 워낙에 엄하시니까, 그냥 또 너무 무르다며 한 소리를 들은 정도겠지. 밥 이라도 먹이면서 달래줘야겠다. 윤기는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다.
첫 교양이 끝나자마자 윤기가 지민의 손을 잡아 이끌며 동방으로 향했다. 얘기 듣는 데 한참 걸리겠지만, 어차피 대충 맞춰놓은 시간표, 공강은 길었다. 할아버지한테만 다녀오면 늘 저렇게 기가 죽어선... 윤기는 지민이 안쓰러웠다. 동방에 도착해 문을 열고 제일 편한 자리에 지민을 앉힌 뒤 본인은 그 앞에 쭈그려 앉았다. 이렇게 다정하게 달래주는 일이 천 직은 아니었지만, 못할 건 또 뭔가.
제 가까운 친구가 저렇게 우울해하는데. 윤기가 사다 준 커피를 양손에 꼭 쥐고 멍하니 그 커피만 응시하는 지민을 윤기는 기다려 주었다. 지민에게 는 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려 손을 뻗다가 어깨를 두드려주곤 천천 히 손을 내려 커피를 쥔 지민의 손을 조심히 감쌌다.
“무슨 일인지 얘기해줘. 내 마음이 다 안 좋다. 응?”
“......”
“......”
한참의 정적이 지나 윤기의 다리가 저려올 때쯤이었다. 아직 정리가 덜 됐으면 충분히 말 할 준비가 됐을 때 얘기해줘도 좋다고 말하려던 찰나에 지민이 입을 열었다.
“나..., 나 결혼할지도 몰라.”
상상도 못 한 폭탄 발언이라 윤기는 멍하게 지민을 바라보느라 지민의 손을 감싸던 제 손 이 떨어져 나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결혼. 두 글자가 너무 명확히 박혀 귓가가 웅웅 울 렸다. 박지민이 결혼? 고작 스물다섯에? 그 짧은 찰나에 지민이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버진 로드를 걷고, 행복하게 웃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하객이 모두 보는 앞에 입을 맞추 고, 마지막으로 아이까지 안은 채 가족사진을 찍는 상상을 한 윤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 며 잡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이번엔 지민이 사색에 잠긴 윤기를 꺼낼 차례였다. 손을 잡아끌어 제 옆에 윤기를 앉힌 지민이 지난 주말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설명했다.
지민이 겉으로 티를 내 거나, 그 자리를 욕심낸 적이 없어 다른 이들은 상상조차 못 하겠 지만 지민은 재벌 3세였다. 지민의 할아버지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커다란 기업의 회장이셨 고, 그 끼를 그대로 물려받은 지민의 어머니는 제 위, 아래 형제들을 모두 제치고 차기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지민의 아버지를 만나 아주 우연히 사랑에 빠졌고, 고집을 잘 부리지 않던 딸의 부탁에 할아버지도 결국 둘의 결혼을 허락하셨다.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지민이었다.
부유한 집안. 능력이 넘치고 똑 부러지는 어머니, 따스하고 다정한 아버지. 지민은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뛰어난 기업가인 어머니의 머리와 다정하고 온건한 아버지의 심 성을 꼭 닮았다. 기업가 기질인 어머니를 완전히 닮지 못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할아버지는 어머니처럼 엄하셨을 뿐, 가업을 억지로 물려주려거나 하진 않으셨으니까. 어머니 또 한 네게 맞는 길을 찾는 것이 성공이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이 지민을 늘 지지해주셨고. 지난주까지는 말이다.
할아버지의 85세 생신이셨다. 회장직에서 은퇴하신 이후로는 작게 가족들끼리 돌아가며 식사와 함께 조촐하게 생신을 축하하곤 했는데, 올해는 지민의 가족의 차례였다.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 할아버지가 조용히 지민을 불렀다. 지민아, 너 결혼 생각은 없냐? 아직 졸업 장도 받지 못 한 대학생에게 결혼이야기라... 의미하는 바가 너무 뻔했기에 정말 영화처럼 정적이 흘렀다. 지민의 아버지가 숟가락을 떨어뜨리며 쨍그랑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지민 의 아버지가 죄송합니다... 중얼거리는 사이, 아버지...! 지민의 어머니가 가장 먼저 입을 열 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애 결혼을 결정하실 수 있냐, 너무하다 그런 내용이었다.
당장에 만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으니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이야기 정도였으나 지 민에겐 날벼락 같았다. 연애만큼 중요한 수많은 관심사가 있는 스물다섯에게 결혼을 전제로 한 연인이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지민은 남자를 좋아했다. 좋아하지도, 좋아할 수도 없는 여성과 결혼하게 되는 건 지민뿐만 아니라 그 상대에게도 분명한 상처일 터이니 더욱더 환영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가 있다면...
“뭐?”
“나 진짜 어떡하지 윤기야?”
지민이 얼떨결에 만나는 사람이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린 것이다. 덜컥 저지른 행 동에 본인도 놀라 무작정 부모님과의 연락도 끊은 채 멍하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제가 뱉은 한마디 한마디를 되짚으며 잘 생각해본 결과, 본인의 행동이 과했다는 생각만 들 뿐이 었다. 할아버지는 지민의 의사를 가장 중요시하셨고, 더군다나 싫다는 일을 강행할 분은 아니셨다.
문제는 이 부분이었다. 지민의 할아버지는 매우 엄하셨다. 그런 할아버지께 차분히 제 얘 기를 꺼낼 생각은커녕 만나는 사람이 있다며 소리를 지르곤 인사 한마디도 건네지 않은 채 자리를 비웠을뿐더러 여태까지 사과 한마디를 드리지 않았으니... 윤기는 지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곤 지민이 죽어버리겠다고 난리 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죽을까?”
...취소. 지민이 더 울상이 되어 동방의 소파에 머리를 박았다. 쿵, 쿵, 쿵. 지민이 머리를 내려 박을 때마다 소파에 진동이 일었다. 정말로 죽어버릴 때라고 중얼거리는 지민을 달래 고, 또 달랜 윤기는 할아버지께 통화라도 드리라고 지민을 설득했다. 다녀올게... 무거운 발 걸음으로 동방을 나선 지민의 뒤로 문이 닫혔다.
윤기는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지민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다. 교내 인간관 계 형성이 이미 마무리된 고등학교 2학년 5월에, 해외에서 오래 살다 온 전학생. 적당히 가 까운 친구들과의 관계만 꾸역꾸역 이어가다 지민을 만났다. 인원 부족인 동아리에 떨궈지듯 배정되고 난 후였다. 학급 반장에 누가 봐도 똑 부러지는 모습, 동아리 회장으로 발탁 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어차피 금방 들켜버릴 사실이니 먼저 고백하자면, 윤기는 지민을 좋아했다. 그냥 옆자리 에 앉아 소곤소곤 말을 건네던 순간부터 여전히, 아직도, 무튼 지금까지도. 외사랑 꼬박 7년 만에 제게 기회가 왔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기회주의적이어도 괜찮지 않은가.
뭐라고 말을 꺼내면 좋을까 고민하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쾅 소리와 닫힌 문에 지민이 핸드폰을 꼭 붙들고 붙어서 서 있었다. 미친 사람처럼 어떡해, 어떡해를 반복하던 지민이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할아버지가 뭐라셔?"
"그게 아니라... 경호실장님이... 와 계신 거 같은데...?"
"응?? 왜?"
"할아버지가 보내셨겠지...? 만나는 사람 진짜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안절부절못하는 지민에게 윤기가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정신없겠지만 조금 생각해봐. 내가 도와줄까?"
"뭐?"
"한 번만 말할 거니까 똑바로 들어."
윤기가 깊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진짜로 제 마음을 고백하는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떨리는지.
"야, 너 나랑 만날래?"
윤기가 제 기숙사 침대에 앉아 다리를 달달 떨었다. 5분이면 지민이 기숙사에 돌아올 참 이었다. 고백 아닌 고백을 저지르곤 별말을 잇지 못하는 지민과 대치하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게 벌써 반나절 전이었다. 아씨, 어떡하지... 너무 성급했나. 윤기가 제 머리채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7년을 티 안 내고 잘 버텼으면서 이런 ᄇ...
"...뭐해?"
아. 윤기가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었네, 생각했던 말은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지민이 머쓱한 듯 눈을 굴리다가 살짝 웃어 보였다.
"그... 저녁은 먹었어?"
"어? 어, 어...."
"아... 그렇구나."
잔뜩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지민이 삐걱삐걱 걸어 책상에 가방을 놓고 살짝 걸쳐 앉았 다. 서로 곁눈질하며 눈치를 보다 눈이 마주치자 지민이 먼저 말을 꺼냈다.
"좀 걸을래?"
*
지민의 제안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만 윤기는 정신을 차려보니 지민과 함께 중앙 도서관 앞을 걷고 있었다. 시험이 최근 끝난지라 불도 간간이 켜져 있었고, 계단 과 공원 벤치에 앉아 꽁냥거리던 커플들도 없었다. 차라리 북적거렸다면 이 어색한 분위기가 덜 했을까. 윤기가 뭐라 말을 꺼내야 할 지 고민하는데 지민은 말을 행동으로 대신했다.
조그맣고 온기를 품은 손이 제 손을 꼭 붙들자 윤기는 놀라, 말도 잇지 못하고 지민을 바라 보기만 했다.
"미안. 아직 보고 계신 거 같아서."
지민이 조용히 속삭였다. 윤기는 어, 어. 그래... 답하면서도 홀로 날뛰는 심장을 가라앉히 려 애썼다. 조명이 어두웠던 탓인지, 제 상태를 살피기 바빴던 탓인지 윤기는 살짝 달아오른 지민의 볼과 귓가를 눈치채지 못했다.
"네가 만나자고 했던 거."
"어? 어, 어. 그거..."
"생각해봤는데..."
"야, 야 그거 그냥 한 얘기지. 네가 워낙 힘들어하니까. 어? 내가 대충 어? 남자친구인 척 해주겠다고..."
지민의 말을 두 번이나 끊고 급하게 말을 잇던 윤기는 남자친구부터 목소리라 점점 작아 지더니 결국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 소리로 말을 맺었다.
"진심 아니었던 거 알아. 나 생각하고 고민해서 꺼낸 말인 것도 다 알고."
지민이 웃으며 꺼낸 말에 윤기의 날뛰던 심장이 정지 버튼을 누른 것 마냥 뚝 하고 멈췄 다. 어, 그렇지. 답하고 있는 제 입, 걷고 있는 제 몸, 정신이 온통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상처받을 일 아니란 거 알면서.
"그래서 염치없다는 거 알지만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지민의 이어지는 말에 윤기의 걸음도 뚝 멈췄다. 아까만큼은 아니지만, 심장도 다시 둥둥 울려대며 홀로 설레발을 쳐대기 시작했다. 아무튼 기회는 생긴 셈이니. 윤기가 걸음을 멈춘 데다 표정도 읽지 못할 정도로 딱딱하니 지민이 잡았던 손을 놓고 윤기의 눈치를 살폈다.
"길어야 한 달 정도일 거야. 불편할 거 알지만, 어차피 곧 방학이니까..."
"그래, 뭐."
자신을 정당화 시켜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는지 이번에는 지민이 주절주절 말할 차례였 다. 윤기는 지민의 말대로 별일 아니라는 듯 애써 태연히 답하곤 다시 지민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지민이 배싯 웃으며 손을 깍지로 고쳐 잡았다. 제 손 사이사이를 파고든 지민의 손가락이 어색했다. 친구로 오래 지내며 지민을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늬만 연인이더라 도 달라진 관계의 이름 앞에서는 또 달랐다. 지민의 말대로라면 경호실장님이 보고계실 텐 데 그 핑계라도 삼아 입 맞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멍청하게도 겁쟁이라서, 매번 턱 끝까지 차올랐던 제 진심을 삼켜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윤기는 지민의 손을 꽉 붙들기만 할 뿐 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첫날부터 키스는 좀 그런가?"
지민의 직설적인 물음에 윤기가 깜짝 놀라 지민을 돌아봤다. 무덤덤한 말투에 비해 부끄 럽기는 한지 고개는 푹 내려가 있었다. 저만 어색하고 떨려 하는 게 아니란 생각에 대뜸 장 난기가 돈 윤기가 걸음을 멈춰서고 씩 웃었다. 지민도 윤기를 따라 멈추더니 장난기가 반짝 이는 윤기의 얼굴에 뭘 웃어! 라며 괜한 역정을 냈다. 좀 놀려줄까, 싶어 윤기가 더 씩 웃더니 지민의 손등을 제 입 앞으로 가져대더니 살짝 입술을 눌렀다.
"머, 뭐, 뭐, 뭐, 뭐해액-!"
지민이 만화 캐릭터처럼 펄쩍 뛰어나가며 기겁했다. 제 오른손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꼭 붙잡은 채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해명을 요구하는 얼굴에 윤기는 살짝 고개를 젓고 어 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경호실장님이 보고 계시는데 애인이 손등에 뽀뽀 좀 했다고 네가 그렇게 뛰쳐나가면 뭐라 생각하시겠어."
놀리듯 말을 잇고 손을 내밀자 지민이 의심 가득한 얼굴로 다시 슬쩍 손을 잡았다. 잡는 순간에 확 잡아당겨 허리를 꽉 붙잡고 자신과 몸을 붙이자 '미어캣은 또 속았습니다...' 같은 표정을 짓는 지민에 윤기가 또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나? 손등에 뽀뽀 좀 했다고 기겁하고, 좀 끌어안았더니 노려 보고... 서러워서 못 살겠네."
"...말을 좀 하고 하면 좋잖아."
윤기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 지민이 윤기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고 중얼거렸다. 부끄러워하는구나. 이런 지민의 모습을 독점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확 들떴다.
"이렇게 가벼운 스킨십도 버거워하는 게 무슨 자신감으로 키스를 하재, 응? 지민아."
"시끄러워..."
자꾸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민이 주먹을 쥐고 윤기의 옆구리를 툭 쳤다. 아야, 엄 살을 부리자 아까와 비슷한 세기로 주먹이 또 날아왔다. 큭큭 웃어버리자 곧이어 터지는 웃음소리가 익숙했다. 구색만 갖춘 반쪽짜리 연인인 우리. 여태와 비슷한 듯 전혀 달랐다. 고 작 한 달이라도 그사이 많은 게 변하겠지.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설렌다. 우리가 조금 더 서로에게 진실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