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 언급되는 모든 인물, 배경, 사건 등은 허구이며, 실존하지 않습니다.
*본 글의 주제인 구마 의식은 실제하는 의식이며 영화<검은 사제들>, 드라마<프리스트>의 구마 의식을 참고 하여 썼으며 의식에 사용한 기도문은 실제 구마 의식에서 사용되는 기도문임을 명시합니다.
*본 글에서 표현되는 부마자의 특징이나 신학대학, 그리고 사제와 부제, 학교의 사정 등의 설명은 많은 부분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되었으나 일부 글에 맞게 변경하거나 허구인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음욕 下.
“우응.”
“푸훕.”
옹알이하듯 잠결에 뒤척이는 지민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윤기는 방으로 들어가 얇은 담요 하나를 가져 왔다. 춥든, 덥든, 갑갑한 걸 싫어해서 집으로 오자마자 늘 빌려 입던 짧은 반바지를 입고서 소파에 누운 지민이 추울까 덮어주기 위해서였다. 윤기는 담요를 펼쳐 지민에게 다가갔다.
“으응...”
“..............”
마치 신음 같은 웅얼거림과 더불어 몸을 뒤척인 지민이 천장을 바라보고서 똑바로 누웠다. 그리곤 반바지 아래로 곧게 뻗은 다리가 마치 무언가를 받아들이듯 넓게 벌려졌다. 윤기는 다가가던 걸음을 멈췄다.
“혀엉...”
늘 그랬듯 잠꼬대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특별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습관 같은 거였다. 그러나 눈을 꼭 감고서 신음 같은 웅얼거림을 흘리며 뽀얀 다리를 벌린 채로 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습관 같은 잠꼬대에 멈칫해 걸음을 멈췄던 적도 없었다. 게다가,
“....!!!....”
아랫배가 끓어오르듯 조여든 적도.
“...으응, 혀엉...”
흠칫, 몸이 떨렸다. 머릿속이 온통 경고로 가득 찼다. 당장 지민에게서 멀어지라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리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고 손에 든 담요도 놓치고 말았다. 신음 같은 소리를 내는 지민 의 입술에서, 그리고 뽀얗게 벌어진 두 다리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윤기는 마치 수음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허억-.”
가쁜 숨이 터졌다. 물러나야 한다고 온몸이 말하는데도 물러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걸음은 지민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땅에 붙은 듯했던 다리가 천천히 움직이며 한 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윤기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손을, 대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지민을 보며 느꼈던 미묘한 감각. 그리고 불특정한 순간에 뛰어대던 심장. 이제는 물러서지 못할 만큼 짙어진 욕망이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절대로 느껴서는 안 되는, 그럴 수는 없는, 감정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윤기는 물러날 수 없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사제의 길을 걷고자 했던 꿈에서 점점 스스로가 멀어지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손을 뻗었다. 그리고, 넓게 편 손바닥으로 뽀얀 허벅지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고 말았다.
“하아-.”
깊은 숨이 다시 토해졌다. 잠든 지민이 깰지도 모른다는 기본적인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본능만 이 여기에 남은 것만 같았다. 윤기는 천천히 허벅지를 더듬으며 소파에 조심스레 걸터 앉았다. 벌려진 다리가 선정적으로 빛나는 것만 같았고 제 손에 의해 조금씩 말려 올라가는 반바지 너머에 있을 제 것과 같은 모양의 무언가를 떠올리며 침을 삼켰다. 꿈 속을 걷는 것처럼 황홀경이 느껴지면서 아랫배가 다시금 끓어 올랐다.
허리를 천천히 숙였다. 달콤한 숨을 내뱉는 입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슴이 조금씩 맞닿고 허벅지를 더듬던 손은 점점 위를 향해 반바지를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윤기가 내뱉는 거친 숨이 지민의 얼굴에 가닿는 순간,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미끄러지듯 윤기의 입술이 포개지며 혀가 들어찼다.
“으음, 응-.”
혀가 빨리고 입술이 막혀 본능적으로 뱉어지는 신음과 숨을 집어삼키며 윤기는 지민을 탐했다. 그의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조금 더 깊이 손을 집어넣고, 그의 입술을 틀어막고서 타액을 빨아 마셨다. 그리고 부정할 수도 없이 제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수음하기 시작했다.
“헉, 허억-.”
살짝 떨어진 입술 새로 거친 숨이 터져 나왔고 깊게 잠든 지민의 입술은 윤기의 타액으로 흥건히 젖어 뜨거운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윤기는 혀를 내어 지민의 입술을 핥아대며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뜨겁게 달아올라 저처럼 부푼 그것에 손가락이 닿은 그 순간, 마치 오래도록 간직해왔던 것인 듯한 욕망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크읏, 으윽-.”
“으으응.”
손바닥으로 진득한 뜨거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윤기는 그렇게 한참을 헐떡이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 겨 우 눈을 뜬 곳엔 아무것도 모른 채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든 어린 지민이 있었다.
***
하느님을 섬기는 종으로 평생을 살리라, 결심하고 신학대학을 준비하고 있던 윤기에게 있어 그날은 죄악 이었고, 그것은 절대로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이었다. 참지 못한 충동과 이름이 붙여진 감정 앞에서 윤기는 도망과 외면을 택했다. 그때의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그것은 범죄임과 동시에 스스로의 파멸이기도 했다.
이미 사제가 될 자격을 잃었다고 여기면서도 사제가 되어 모든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겠노라,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대해 참회하겠노라, 결심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절망 속에서 아니, 악의 구렁 텅이 속에서 윤기는 스스로를 간신히 끌어올려 부제의 자리까지 쉼 없이 달렸다. 그것이 속죄의 길이라 믿었고, 앞으로는 하느님만을 섬기고 사랑할 것이라 그리 다짐하고 또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날의 일을 가슴 깊이 묻어두고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치기 어린 한때로 만들어둔 뒤, 윤기는 두 번 다시 지민과는 마주하지 않은 채 공부를 핑계 삼아 도망쳤고 신학대학에 입학한 뒤로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오로지 기도와 하느님의 보호 아래 살며 그때의 욕망은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고 이제는 그 감각조차 희미해진 지금 다시금 그날을 경험할 거라곤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
이제는 없던 일처럼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때를 거의 다 잊고 그런 일이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희미해졌는데, 이제와 악마에 의해 들쑤셔진 과거를 품지도, 참회할 수도 없었다. 주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실 것이고 그렇기에 모든 죄를 사하였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성염으로도 스스로가 보호받지 못한 것이 주님께 서 자신을 부제로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늘 수업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보도록 하죠.”
교수의 말과 동시에 강의실 안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윤기를 누군가가 툭 쳤다.
“야, 너 오늘 안 온다더니? 교수님도 네 이름 출석으로 부르지도 않던데, 왜 왔냐?”
“.....잠이 안 와서.”
“뭔 소리? 잠이 안 와?”
“.............”
기숙사로 돌아가 쉬라는 형석의 말을 뒤로하고 윤기는 강의실로 향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해 머리가 멍했지만, 또한 온몸의 감각이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하기도 했다. 누워 있어도 잠을 잘 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 강의실로 오기는 했지만, 교수는 윤기를 출석 때 부르지 않았고 윤기 또한 강의 내내 생각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이런 상태였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고 그저 시간만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1분씩 지나갈 때마다 머릿속에 꽂히던 목소리를 떨쳐내기 위해 손에 든 십자가를 더 꽉 쥐고서 쉴 새 없이 기도문을 외웠다. 그럼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모든 것이 악마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윤기는 당연히 지민도 만나지 않았다. 그날의 일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저를 만나지 않으려는 윤기를 지민은 한 번도 찾지 않 았다. 그저 몇 년이 흐른 후, 지민의 집이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고만 전해 들은 게 다였다. 그렇게 윤기는 지민이 떠남으로써 가지고 있던 일말의 죄책감을 더 깊이 마음속에 묻어버렸고 조용히 군 생활과 대학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윤기는 지민을 찾지 않고 그리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박 지민의 모든 것을 부정했다. 그리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고 사제가 될 수 있었고 삶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 었다. 제 안에 그토록 더럽고 추잡한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있었다. 사제만 되면, 주님의 종으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날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 그리 여겼고 평생에 걸쳐 속죄할 것이라 그리 다짐했다. 그 모든 것이 악마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지민의 행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 악마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민은 어디에 있는가. 그날의 제 죄를 박지민은 알고 있을까. 모든 것을 알기에 갑자기 떠나버린 자신을 찾지도 않았던 걸까. 이 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나의 욕망 때문에 그 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인가.
저벅.
저벅저벅.
끼이익. 끼익, 철컥-.
‘어서 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신난 듯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주먹을 꽉 쥔 윤기는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섰다. 방을 둘로 나누던 커튼은 걷혀 있었고 창으로는 아직 지지 않은 해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창가의 작은 침대 위에 몸을 동그랗게 만 채로 등을 돌려 앉은 마른 몸이 보였다.
부마자이다.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했지. 말해.”
‘짓이라니.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밖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처럼 부마자는 윤기에게서 내내 등을 돌린 채 창문 너머를 보고 있 었다. 그 마른 등이 신경 쓰여 한 걸음 더 다가갔지만, 부마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윤기는 목에 걸린 십자가를 손에 꼭 쥔 채 다시금 물었다.
“네가 분명 말했어. 나 때문에 그 애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지 않느냐고. 그 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결국 너는 여기 오게 될 거라고 했었지. 그리고 나의 종이 될 거라고도 했고.’
“나는 주님의 종이다. 악마의 종 따윈 되지 않는다.”
‘너는 나의 종이 될 것이다. 네가 여기 혼자 온 것이 그 증거이지.’
“...............”
질문을 교묘히 피해 가며 악마는 마치 설득하듯 윤기에게 말했다. 자신의 종으로서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그가 원하는 굴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윤기는 다시 물었다. 이곳에 온 명백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너에게서 그 애의 행방만 듣고 이곳을 나갈 거다. 내가 너의 종으로서 여기 서는 일은 죽어도 없어. 그러니까 말해. 그 애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정말, 말해줘? 감당할 수 있겠어?’
“말해. 빨리 말해. 말하라고!”
격해진 숨을 뱉어내며 마른 등을 노려보았다. 빛에 고스란히 둘러싸인 그 몸은 마치 주님의 보호를 받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부마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을 때, 윤기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서야만 했다.
“....혀엉.”
“.............”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피가 차갑게 식고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간신히 눈을 감았다 뜨자 빛에 둘러싸인 마른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기를 돌아볼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부마자는 느릿하게 창문을 보고 있던 방향으로 침대에 누웠다. 모로 누운 부마자의 다리가 쭉 뻗음과 동시에 윤기는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비틀거렸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는 부마자의 다리가 뽀얗게 빛나고 있었다.
“혀엉.”
천천히, 천천히, 마른 몸이 돌려진다. 창을 등지고 천장을 바라보았다가 그리고 어느새 고개가 돌려졌다. 부마자의 두 눈이 똑바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ㅈ...지민...아...”
“....혀엉.”
그때의 눈빛이다. 어렸던 민윤기를 더 어렸던 박지민이 온전하게 믿고 있는 눈. 그 모든 일이 벌어지기 전의 그 맑은 눈. 그 눈으로 지민의 시선이 윤기에게 닿았다. 그 시선을 차마 피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마주한 윤기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서 있었다.
“우응.”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같은 웅얼거림.
“....혀엉.”
습관 같은 잠꼬대.
“....으응, 혀엉.”
그리고 활짝 벌려진 뽀얀 두 다리.
“이제 나, 봐주네. 윤기 혀엉.”
“....!!!....”
의심할 여지도 없이 박지민이었다. 그 어린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니, 보지 않았던 아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눈앞에 그때와 같은 얼굴로, 그때와 같은 말투로 윤기를 보고 또 부르고 있었다. 달라 진 것이라고 하면 그때보다 조금 더 깊어진 눈빛이 전부였다. 윤기는 지민을 앞에 둔 지금을 믿을 수 없다 는 듯 움직이지 못한 채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그 자리에 못 박혔다.
‘너의 것이다.’
의식 저편에서 마치 꽂히듯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때처럼 예쁘게 웃고 있는 지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도 머릿속의 목소리 또한 놓치지 않으려 했다. 아니, 그럴 의지를 가질 새도 없이 목소리는 윤기의 음심을 건드리며 자극했다. 마치 오랫동안 어딘가에 가둬두었던 욕망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걸 건드려주기라도 바란 듯 윤기는 그 목소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네가 원했던 너의 욕망이다.’
윤기는 몸 안쪽 어딘가가 스멀스멀 끓어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아버렸다. 이것은 꼭 그날을 닮아 있었다. 그때 이후로 필사적으로 억눌렀고 다 사라졌다 믿었던 욕망. 하느님의 앞에서 다스려졌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욕망의 적나라한 모습이었다. 이 욕망에서 달아나고자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모든 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그런 노력들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온몸은 이미 자신을 바라보는 지민의 눈빛에 잠식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악마는 그 욕망이 윤기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의 욕망이기도 하지.’
끼이익. 윤기가 걸터앉음으로써 쇳소리를 내는 침대 한쪽이 푸욱 꺼지는 느낌과 함께 그날의 기억이 다시금 차오른다. 이제야 알겠다. 이것은 민윤기의 죄와 더불어 박지민의 음욕이었다는 것을.
‘저 아이는 스스로 나를 불러들였다. 너를, 가지기 위해. 그날의 너를 일부러 부추겼어.’
부추겨진 충동은 죄를 만들어 내었고 윤기의 영혼을 좀먹었다. 또한 그날의 모든 것은 지민이 악마를 불러 들여 만들어 낸 계획이었다. 지민은 악마의 선택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받아들인 악마에게서 운신의 자유를 얻고 욕망하던 사람을 얻어내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부마자에게서 보이는 일반적인 특징은 전혀 가지지 못한 채 부제가 된 민윤기가 구마 의식으로 저를 찾아올 때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부제의 성적인 욕망을 건드려 그들을 망가뜨렸다. 그렇게 망가뜨리지 못한 부제는 기어이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악마를 등에 업은 박지민의 짓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조금 도와줬을 뿐.’
“..............”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제부턴가 지민의 미소에 마음이 흐물거리고 그 애의 한 마디에 심장이 뛰어댔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 반응을 부추겨 이끌어낼 수 있었을지언정 지민을 보며 두근거리던 심장을 조작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민을 보며 윤기 스스로가 욕망했던 것이다. 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이 아이를 더럽히고 싶다고. 그 몸에 손대고 싶다고.
그리하여 박지민의 안에 민윤기를 싸지르고 싶었노라고.
“보고 싶었어, 혀엉.”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그날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욕망으로 들끓는 몸뚱이를 느낄 수 있었다. 잠결에 벌려진 다리는 오로지 민윤기 하나만을 받아들이기 위한 구멍이었다. 그 사실에서 윤기는 도망갈 수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때 이루지 못했던 모든 욕망을 이루고만 싶었다. 저 반바지 너머의 뜨거움을 삼켜 버리고 싶었다.
“보고만 있을 거야?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형을 가지기 위해서 무슨 짓까지 했는데.”
“....지민아.”
“혀엉. 사랑해.”
“..............”
하느님의 종, 부제 민윤기가 아는 사랑은 분명 이러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은 찬란하고 따스하며 온화한 것이었으나 지민이 말한 사랑에는 그 어떤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거기엔 음욕과 탐욕,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해하면서까지 반드시 가지고 말겠다는 음심한 의지가 있었다. 이것은 옳은 것이 아니며 이 길은 결코 걸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형이 사제를 꿈꾸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야.”
아무렇지 않게 모든 행동의 이유와 책임을 윤기에게 전가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형을 가지고 싶었어. 아니, 형이 나를 가졌으면 했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가지고 싶었다는 고백은 윤기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사랑해. 그러니까 윤기 혀엉,”
“..............”
“이제 나 좀...가져줘.”
“..............”
지금까지 이뤄왔던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도 충분했다.
“나 좀 안아줘.”
“............”
민윤기의 세상을 이루고 있던 주인을,
“내 안에....들어와줘, 윤기 혀엉.”
“............”
바꿔버리기에도 충분했다.
‘그 애를 가지고 싶다면 이제, 너의 주인을 부정하라.’
눈앞에서 저를 향해 한껏 벌려진 두 다리로 손을 뻗으며 다른 한 손으로 목에 차고 있던 십자가를 뜯어 냈다.
투욱-.
“......나 민윤기 미카엘 부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임을, 부정합니다.”
“으으응, 혀엉.”
목에 채워진 로만 칼라를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나 민윤기 미카엘 부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것을 부정합니다.”
“아아응, 으응, 흐응.
손끝으로 부드러운 허벅지의 맨살이 닿음과 동시에 지민이 스스로 입고 있던 반바지를 끌어 내리기 시작 했다.
”나 민윤기 미카엘 부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고 이제, 악마의 종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흐읍-!”
윤기의 입으로 틀어막힌 지민이 급하게 들이키는 숨소리와 신음은,
“아응, 으응, 유, 윤기 혀엉.”
해방이자 또 다른 종속의 시작이었다.